서론
대한민국 대법원이 사람과 닮은 섹스로봇인 리얼 돌의 수입을 허가하자 여성단체들이 반발하고, 젊은 남성들은 이들 단체를 비난하는 등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그러나 해외에서는 리얼 돌은 이슈의 강을 건넌지 오래이며, 섹스로봇이 현실화하고 있는 실정이다. 영국의 로봇공학자들과 성전문가들이 중심이 된 ‘국제 섹스 로봇 학회(International Congress on Love and Sex with Robots. LSR)’는 우여곡절 끝에 4차의 국제 학술대회를 개최했으며, 꾸준히 학술 논문집을 내고 있다. 벨기에에서 개최된 4차 대회에서는 섹스 로봇에 대한 윤리적, 철학적, 사회적, 정서적 문제뿐 아니라, 원격 자위기구, 지능형 섹스 기구 등의 문제까지 다뤘다. 섹스 공학이 기술의 발전과 인구 구조의 변화와 맞물려 급속히 발전할 것이라는 데 의문을 제기하는 이는 거의 없다. 한국에서는 이 변화를 외면하고 있지만, 성 산업의 발전과 함께 AI와 로봇공학이 수렴되는 미래의 성문화에 대해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1).
본론
섹스 산업은 선진국의 고령화 경제시대, 저출산 경향, 미혼 인구의 급증 등 인구동태적 요인과 성권리의 신장, 법과 규제의 완화, 기술의 급속한 발전과 맞물려 세계적으로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 특히 섹스로봇은 인공지능(AI), 바이오 소재 기술, 로봇공학, 의료기기 기술 등이 융합하는 미래 산업으로 4차 산업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세계의 섹스 산업은 크게 △매춘, 스트립 클럽 등 짝짓기사업, △엔터테인먼트, △성인용품, △제약 메디컬 디바이스 등의 4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통계 사이트 하복스코프에 따르면 세계의 짝짓기 시장은 $186B, 한화 200조 원 가량이 된다. 짝짓기 시장은 스마트 폰을 통한 매치메이킹 시장이 급격히 커지고 있다. 또 매춘 산업을 제외한 섹스 웰니스 시장은 글로벌 시장규모가 2017년 390억 달러에서 2026년 1,230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데(Gaithersburg, 2018년 조사), 이 시장은 ▲섹스 토이 시장 10조 원을 포함한 58조원의 성인용품 시장, ▲포르노그래피, 섹스 게임, VR 섹스 등 엔터테인먼트 분야, ▲제약 및 의료기기 시장 등을 합친 것이다.
섹스토이는 모양과 크기가 중시되다가, 모터의 성능이 좌우하던 시기를 거쳐 1980년대 디자인 혁명이 일어났고, 클리토리스 흡입형 등 기능이 추가되고 있다.
최근에는 질 안에서 커지는 바이브레이터, 뜨거워지는 딜도도 선보였다. 스마트폰 앱에 따라 진동하는 딜도, 케글운동기 등이 출시됐다. 최근의 가장 뜨거운 분야는 원격 자위 기구 및 앱이다. 스마트 폰을 통해서 원격으로 서로 보면서 자위함으로써 주말부부의 섹스를 해결해주는 자위기구가 원격섹스를 가능케 했다. 또, 가상현실(VR)에 연동해서 콘텐츠의 상황에 따라 속도가 바뀌는 자위기구도 나왔으며, 3D 프린터로 맞춤형 섹스토이를 만들어주는 회사도 출범했다.
섹스로봇의 전단계로 리얼 돌은 세계 각국에서 생활의 일부가 됐다. 피부와 유사한 실리콘 재질, 미적 가치, 질의 현실성, 냄새, 관절 운동성 등이 상품성을 결정하며, 최근에는 AI 스피커를 심거나 초기부터 AI 기능을 넣은 ‘준 섹스로봇’의 상품이 출시되고 있다. 기술력은 일본이 최고 수준을 자랑하고 있으며, 미국, 영국, 중국 등이 기술력을 따라가고 있다. 후발주자 중국의 기술력이 일본에 근접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대학에서는 인공 질을 개발하고 있는데, 인공질은 지금은 질 손상 환자용으로 개발되고 있지만, 머지않아 리얼 돌이나 섹스로봇에 부착될 것으로 추정된다.
리얼 돌을 넘어 섹스로봇은 섹스 기술의 총합이다. 현재 섹스 로봇 제조업체 4곳은 값이 5,000~20,000 달러에 달하는 제품을 생산하고 있지만, 곧 훨씬 더 값싸고 사람과 닮은 제품이 양산될 것으로 보인다.
아직은 성장단계이지만 미국과 유럽, 중국, 일본 등에선 하모니, 사만다, 록시 등 여성 로봇과 헨리, 가브리엘 등의 남성 로봇이 600만~2,000만 원대에 팔리며, 사람의 사랑을 대체하고 있다.
스페인에서 개발된 사만다는 오르가슴을 느끼는 로봇으로 알려져 있다. 파트너의 체온, 소리, 자극에 따라 교성을 지르거나 “아, 조금만 더”, “미치겠어!” 등의 목소리를 낸다. 사만다는 포르노 영화에 출연했고, 영국 BBC 방송의 다큐멘터리 ‘로봇은 과연 우리를 사랑하나?’에 소개되기도 했다. 최근 이 로봇엔 남성이 지나치게 잦은 요구를 할 때 사랑을 거부하는 ‘불감 모드’도 추가됐다. ‘가족 모드’로 설정하면 파트너의 자녀에게 동물, 철학, 과학 등에 대한 이야기와 1,000가지 농담을 전할 수 있어 ‘섹스로봇’으로만 부르기 힘들 정도다.
미국에서 선보인 하모니는 인도의 성교육서 ‘카마슈트라’에 수록된 64개 체위를 능수능란하게 재현한다. 생생한 얼굴표정, 소리와 일치하는 입 등으로 상대방을 자극한다. 리얼보틱스는 트렌스젠더 로봇과 함께 남성 섹스로봇 헨리도 개발했다.
영국의 대중지 ‘데일리 스타’는 미국의 여성 칼럼니스트 싱글톤 칼리 시오르티노가 미남 섹스로봇 가브리엘을 샅샅이 체험한 후기를 기사 형식으로 온라인 판에 소개했는데, 가브리엘은 100% 실리콘 제품으로 음경은 믿기지 않을 만큼 실제와 비슷해서 진짜 것과 구분하기 힘들 정도였다고 한다. 무엇보다 여성이 원하는 체위에서 지치지 않고 만족시켜준다는 점이 남성 시청자들을 전율케 했다.
미국 커크우드 대학교의 조엘 스넬 교수는 “로봇 연인은 파트너가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알고 충족시켜준다는 점에서 어쩌면 사람보다 더 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섹스 로봇의 테크닉은 사람보다 더 뛰어날 수 있고, 근본적으로 지치지 않기 때문에 새로운 종류의 섹스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여자 로봇에 대해서 논란 중이지만, 남자 로봇이 훨씬 파괴력이 크다는 것이다.
영국, 독일, 프랑스, 스페인, 캐나다 등에서는 로봇성매매 업소들이 선보였다. 캐나다 회사 킨키스 돌스는 최근 미국 휴스턴에서 지점을 내려고 했지만, 시민들의 반대에 따라 무산됐다.
2018년 영국 국립건강서비스(NHS)의 지원으로 ‘책임 있는 로봇공학재단’(FRR·Foundation for Responsible Robotics)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로봇이 부부의 성욕불균형을 해소하고, 노인, 장애인 등에게 폭넓게 쓰일 수 있다”면서도 “성 상품화를 심화하고 소아성애, 성폭행 등에 대한 욕망을 만족하는데 악용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혼 사유에서 ‘부부간 성 격차’가 큰 만큼 이를 해결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의 마리나 아드쉐이드 교수는 “로봇은 부부가 배우자의 성욕을 충족시켜야 한다는 압박에서 벗어나 각자의 다른 자질에 집중하도록 도와줄 수 있다”고 말했다. 부부의 성욕에 큰 차이가 날 때 유용하며 권태로운 부부관계에 자극을 주거나 오랜 로맨스를 유지하게 도와준다는 것이다.
그러나 FRR을 이끌고 있는 영국 셰필드대 노엘 샤키 명예교수는 “섹스 로봇이 성관계를 언제나 너무 쉽게 할 수 있게 해준다는 일부의 생각은 우리 삶의 의미를 빼앗아 인간을 좀비로 전락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또 로봇섹스를 통해 소아성애, 폭력적 성행위가 면죄부를 받고 사람끼리의 섹스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런 행위가 망상의 분출구로만 쓰여 오히려 사람의 성생활은 안전해진다는 반론도 있다 (2-5).
그러나 국내에서는 섹스로봇은 커녕 섹스에 대한 산업 자체가 막혀 있는 실정이다.
국내에서는 성인용품 시장이 연간 4,000억 원 규모로 추산되고 있다. 성인용품점도 음지에서 대로변 1층으로 나오고 있지만, 법과 제도, 전근대적인 인식 등이 산업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
전체적으로 규제가 풀리는 방향이지만, 아직도 황당한 규제가 적지 않다. 온라인에서는 까다로운 성인인증 절차를 거쳐야 쇼핑몰에 들어갈 수 있으며, 쇼핑몰 검색은 막아놓았다. 학교와 200m 거리 안에서는 성인용품점을 열지 못하는데, 학교에는 대학교도 포함된다.
최근 대법원에서 “정부가 개인의 성적영역까지 규제하는 것은 옳지 않다”면서 리얼 돌의 수입을 합법화하는 판결을 확정 짓자 일부 여성단체들이 반대했다. 그러자 청와대가 중심이 돼 “그 판결은 특정제품에 한정한 것”이라며 규제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법원의 판결을 자의적으로 해석한 것으로 법치주의에 대한 도전인데도 지성인들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리얼 돌, 섹스로봇의 시대가 열리는 것을 피할 수가 없다. 일본, 중국, 미국, 영국의 리얼 돌뿐 아니라, 섹스로봇도 상륙할 것이다. 리얼 돌 전문매장, 섹스로봇 자위방, 임대업 등의 사업이 가능해진다. 그러나 이에 대한 논의는 다른 정치, 경제, 사회 영역의 이슈와 마찬 가지로 피상적으로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결론
섹스 산업은 종의 특성과 관계된 산업으로 다양한 요인과 타 산업의 발전과 연관된 영역이다. 섹스 기술 산업의 규제는 산업혁명기의 러다이트 운동, 19세기 영국 마부들의 자동차 규제법인 ‘적기 조례’ 등에 비유된다. 독일 뮌헨공대의 과학과 공학 성연구소 탄자 쿠베스 박사는 섹스 로봇에 대한 반대 논란이 포르노 반대 논란과 유사하다고 주장한다.
인터넷, 비디오 등의 발전에서 섹스 산업은 중심적 역할을 했으며 반대가 능사가 아니다. 섹스 산업의 향후 예상되는 문제점을 예방하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산업이 발전할 수 있도록 학계와 산업계, 대중이 함께 중지를 모아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