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Contribution

웃기는 그림(와라이에, 笑繪), 일본의 춘화

배정원 1 , *
Jeong-Won Bae 1 , *
Author Information & Copyright
1행복한성문화센터 대표
1The Center for Sexuality & Harmonious Life, Seoul, Korea
*Corresponding author: Jeong-Weon Bae. Kwanghwamoon Platinum Bld. 8F No 820, Jeokseon-dong 156, Jongro-gu, Seoul 03170, Korea. Tel: +82-2-6203-0380, E-mail: byavi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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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ceived: Nov 22, 2019; Accepted: Feb 17, 2020

Published Online: Dec 31, 2020

ABSTRACT

Erotic painting in each country has a unique style and among them, Japanese erotic painting described sexuality as a natural and pleasant thing. Therefore, I introduce two erotic paintings that show the characteristics of Japanese style.

Keywords: Sexuality; Erotic painting; Japan

서론

춘화는 ‘춘궁비화(春宮秘畵)’를 줄인 말로써 일본에서는 베개를 뜻하는 글자를 써서 ‘마쿠라에(枕繪)’, 또는 웃음을 터뜨리는 그림이란 뜻 ‘와라이에(笑繪)’라 부른다.

어느 나라의 춘화도 대개가 성행위를 하거나 그와 관련된 풍속화를 그린 것인데, 인도, 중국, 한국, 일본의 것들은 모두 다 독특한 자기만의 특색을 가진다. 특히 일본의 춘화는 유교적 영향으로 성을 은밀하고 숨겨야 할 것으로 대하던 한국이나 중국과 달리, 성을 자연스럽고, 재미있는 것으로 대하는 성문화가 반영되어 만화처럼 가볍고 웃음이 나오는 것들이 많다. 또한 채색이 매우 화려하고, 섬세한 인물 묘사, 성기 페티시즘이라 할 만큼 과장되어 그려진 커다란 성기, 화려한 의상과 가구 등이 일본 춘화의 특색이다.

일본의 춘화는 19C 유럽의 문화계, 특히 화가들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다고 알려져 있는데, 그 발단은 파리에서 열린 만국박람회에 출품된 일본 도자기를 싼 종이 포장지에 그려진 우키요에였다. 이렇게 알려진 일본 춘화의 독특한 화풍은 당시의 인상파 화가 모네와 마네, 고흐에게도 깊은 인상을 주었다고 한다.

1. <어부부인의 꿈, 오르셰 미술관> 가츠시카 호쿠사이(葛飾北斎, 1760~1849)

인용한 그림(1)은 일본을 대표하는 화가로 일본 일러스트의 효시라고도 일컬어지는 <붉은 후지산>, <번개를 동반한 뇌우 속의 후지산>, <카나가와 해변의 높은 파도 아래> 등으로 세계에서 가장 이름이 알려진 일본 풍속화 작가 ‘가츠시카 호쿠사이(1760~1849)’의 춘화(春畵)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어부부인의 꿈’이다 (1).

<어부부인의 꿈>의 에로틱함과 음란함은 세계적으로 이미 인정받아 허핑턴 포스트지에서는 ‘에로틱한 고전미술품 14’으로 선정했으며,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이 이 그림을 특별전시한 바 있다.

이 그림에 대한 해석은 아주 분분하다. 어부 남편이 바다에 일을 나간 지 오래 되어 성적인 허기를 느끼던 어부 부인이 곤한 하루일과에 지쳐 잠을 자다 꿈에서 문어에게 강간을 당하는 것이라는 단순한 논평부터, 심리적으로 어부 아내에게 가장 공포의 대상인 바다(문어)에게 강간을 당하는 듯하지만 결국은 황홀의 경지로 들어가 화합한다는 메시지를 가지고 있다는 해석도 있다. 또한 이 그림은 수간(동물과의 섹스)이기도 하면서, 일본에서 유독 인기를 끌고 있는 ‘촉수성애물(tentacle erotica)’의 시초가 되었다는 설도 있다. 이 촉수성애물은 특히 남자의 성기를 상징한, 그러나 도저히 하나뿐인 인간남자의 성기로는 불가능한 행위를 여러 개의 촉수를 이용해 여체를 감싸거나, 애무하고 심지어 여체의 항문이나 질, 입을 통해 관통하기도 하는 SM의 가학적인 면을 강조하여 차용한 음란물이다.

거대한 왕문어가 굵고 긴 다리로 여인을 삼킬듯이 온통 감싸고 있다. 문어의 여덟 개 촉수는 그녀의 하얗고 풍만한 몸을 끌어안듯 친친 감은 채 끈적이며 천천히 움직인다.

‘문어의 습격?’ 그림을 조금만 더 자세하게 살펴보면 문어 다리의 위치가 의미심장하다. 문어의 다리는 여자의 동그란 어깨와 양팔, 다리를 감싸 잡고, 예민한 성기 부분을 애무하면서 입으로는 여자의 외음부를 빨고 있다. 문어가 여자를 곧 잡아먹을 것 같지는 않고 희롱을 실컷 한 후에나 생각해 보려는가? 그런데 그림의 분위기는 불안하고 위험스럽지 않고, 오히려 눈을 꼭 감은 여자의 벌린 입에서는 황홀한 신음소리가 감미롭게 나오는 것만 같다. 게다가 문어는 한 마리가 아니라 작은 녀석 한 마리가 여자의 머리와 목을 스멀스멀 감싸안고, 다리 하나로는 여자의 하얀 젖가슴 위 유두를 애무하면서 다른 다리를 여자의 입안에 넣고 있다. 여자의 자세 또한 강간을 당하는 자세라기보다는 다리를 벌리고 문어의 오랄섹스를 즐기는 것만 같은데 그녀가 분명하게 성적 황홀경이라는 증표는 그녀의 하얀 가슴 위에 딱딱하게 봉긋 선 젖꼭지를 보면 알 수 있다. 그녀를 감싸고 있는 문어의 굵고 가는 다리들은 살아있는 것이니, 계속 꿈틀대며 그녀의 하얗고 부드러운 살갗을 애무하는 듯 쓰다듬고 있다. 문어의 동그란 두 눈은 위협적이라기보다 호기심을 담은 것처럼 보인다.

‘나 잘하고 있어?’라는 듯이.

이 그림은? 그렇다, 얼마 전 화제를 모은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라는 영화에서 소개된 바 있는 춘화 중 하나인데, 워낙 그림의 내용이 충격적이라 아가씨의 다른 부분은 기억 못 해도 춘화의 그림은 생생하게 기억한다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이다.

<어부 부인의 꿈>은 꿈속에서 폭력적인 상황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황홀한 정사를 즐기고 있다. 분명 바닷가의 바위 틈에서 거대 문어에 포획되어 섹스의 대상이 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지금 반항이나 문어에게서 벗어나려는 발버둥보다는 온몸이 포박되었으나, 그녀의 작은 두 손은 문어를 밀어내기보다는 마치 굵은 남자의 팔을 움켜쥐듯 붙잡고 있으며, 다리도 오랄섹스에 편한 자세로 벌어져 있다. 성기를 얼굴의 크기만 하게 그리는 게 일본춘화의 특색인데, 커다란 그녀의 성기를 애무하는 문어의 오랄섹스는 그래서 더욱 자극적이다. 여자는 눈을 감고 머리를 늘어뜨린 채 몸의 모든 예민한 부분에 끈적한 애무를 받고 나른하게 늘어져 절정에 오른 모습이라 몹시 에로틱하다. 실제로 이 춘화의 배경에 쓰인 글(가키이레)은 문어 머리에서 윗부분에 걸쳐 거의 의태어와 섹스 중에 나는 신음소리로 채워져 있다니 여자는 분명 ‘작은 죽음(Petite Mort; 프랑스에서는 오르가즘을 ‘작은 죽음’이라 표현하기도 한다)을 겪는 중이겠다.

성전문가의 시점에서 본 이 그림은 여자의 끈적한 성몽이나 섹스환타지를 표현한 그림이라기보다는, 여자를 만족시키는 섹스에서 더한 오르가즘과 능력을 확인하는 남자의 성적 판타지를 간절하게(?) 표현한 작품이다. 여덟 개의 굵고 가는 촉수로 여체를 휘감아 그녀의 성감대를 모조리 자극하면서 그녀를 그야말로 실신상태의 오르가즘으로 몰아가는 환상적이고 주도적인 섹스를 상상하는 그 남자는 분명 여자의 섹스를 아주 잘 아는 경험 많은 남자이다. 아마 이 그림을 그린 호쿠사이가 그런 남자였겠지만....

여자의 오르가즘은 동시다발적인 애무가 필요하다. 아마 남자들은 파트너를 열심히 애무하다 그녀의 거친 신음소리에 이제 충분하다고 생각하고, 성기를 삽입하려고 그녀의 몸에서 손이나 입을 떼는 찰나, 식어버리는 그녀의 냉정한 오르가즘을 대할 때의 무력함을 기억할 것이다. 여자는 키스를 하며, 가슴과 성기를 동시에 애무하면 오르가즘에 쉽게 오른다, 하지만 이 오르가즘은 터치와 입맞춤에서 잠시 놓여나는, 결정적인 순간에 사라지니 남자들은 그야말로 문어처럼 많은 다리, 그것도 빨판이 붙은 촉수의 다리가 아쉬울 것이다. 팔이 모자라 슬픈 동물, 섹스에서 권력을 확인하고 싶은 약한 그대는 남자!

2. <찻집 위층방의 연인들(1788. 대영박물관)> 기타가와 우타마로(喜多川歌磨,1753~1806)

인용된 이 그림 (2)는 일본 미인화를 대표하는 기타가와 우타마로(喜多川歌磨,1753~1806)가 그린 <찻집 위층방의 연인들>이다 (2). 우타마로는 에도시대의 우키요에시(浮世繪師;우키요에 화가)로 일본에서는 ‘미인화’를 대표하는 이름이고, 일본의 밖에서는 우키요에 자체를 대표하는 유명한 작가이다. 가츠시카 후쿠사이와 함께 ‘자포니즘(Japonism)’의 대표로 파리의 화가들에게도 강한 영향을 끼친 그는 1997년에는 프랑스에서 ‘박물관 보물(Museum Treasures)’로 기념하여 만든 코인 시리즈 중 하나로 그의 작품이 선정되기도 했다.

18세기 말에 우키요에 업계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냈던 우타마로는 주로 유곽의 유녀들을 그렸는데, 특히 여인의 상반신을 강조해 그리는 ‘오쿠비에(大首畵)’를 즐겨 그렸다. 전신상을 그리는 당시의 유행과 달리 우타마로는 카메라가 피사체를 줌인하듯이, 여인의 상반신과 얼굴을 쭈욱 당겨 화면을 가득 채워서 그 얼굴과 손 등의 표정으로 풍부하고 섬세한 여인의 심리조차 읽을 수 있게 하는 오쿠비에 기법을 좋아했다.

대체로 일본의 춘화는 남녀의 성교를 담은 두루마리 그림으로 결혼을 앞둔 양가집 규수에게 성교육용으로, 혹은 전쟁 등의 위기를 앞둔 이들이 부적으로 몸에 지니는 용도였지만 우타마로의 그림은 이들 용도보다는 풍속화에 가까워 보인다.

유곽에서 태어났다고도 전하는 우타마로는 유곽의 여인들과 가까웠고, 가장 쉽게 그릴 수 있는 대상이었던 데다, 당시 에도시대의 서민들은 실제로 만날 수 없는 미인들을 그림으로나마 접하는 미인도에 열광하였다. 우타마로는 주로 유녀와 찻집의 얼굴마담격인 ‘간반무스메(看板娘)’ 미인들을 섬세하고도 우아하게 그려내었으며, 그의 그림은 단순히 얼굴의 초상화에서 벗어나 여인의 심리까지를 나타내는 것으로 유명했다.

우타마로는 ‘우타마로’와 ‘마쿠라에(枕繪)’를 합쳐 ‘우타마쿠라’라는 춘화집을 냈을 정도로 우키요에에 자신감을 보였는데, 그야말로 미인도의 최고봉이라 불렸고 높은 명성을 쌓았다.

그림 속에는 두 남녀가 한창 사랑놀이에 빠져 있다. 여자는 섬섬옥수로 남자의 얼굴을 부여잡고 달콤한 입맞춤에 열중하고 있는 듯 보인다. 에도시대에 크게 유행하였던, 옆머리는 부풀리고 윗머리는 곱게 틀어 올린 머리 단장과 젖혀진 기모노의 깃 탓에 드러난 하얗고 가녀린 목덜미가 더욱 고혹적으로 시선을 사로 잡는다. 남자의 얼굴도 여자의 얼굴도 보이지 않지만 두 사람은 서로의 몸을 탐닉 중이다.

사랑을 나누는 뒷모습만으로도 보는 사람의 몸과 마음을 달아오르게 할 만큼 이들의 몸짓은 묘하게 시청각적이다. 그림만 보고 있어도 여인의 앵두같은 입술에서 ‘아... 아...’간드러지게 흘러나오는 교성이 들리는 것만 같으니....

게다가 성행위 중이라는 것을 알려 주기 위해 최소한으로 노출한 그녀의 엉덩이는 탐스럽지만 아기의 것처럼 보드라울 것만 같다. 수줍어 보이는 그녀의 상체와는 달리 그녀의 날씬한 다리는 남자의 허벅지를 소나무를 휘감은 칡넝쿨처럼 휘어 감고 있다.

드러난 것은 하얀 엉덩이 밖에 없는데, 그림은 예사롭지 않은 에로티시즘을 드러낸다. 흘러내린 옷들의 선이며, 옷의 색감, 두 주인공의 구도의 세련됨은 현대 회화에 못지 않다.

그림 속 장소는 에도시대 당시 매춘이나 은밀한 만남의 장소로 애용되던 찻집의 이 층이 분명하다. 뻗어 오르는 나무의 가지들은 찻집의 이 층임을 묘사하지만, 한편으로 여인의 몸을 향한 남자의 솟구치는 열정의 기운을 상징하기도 한다. 그림을 가로지르는 난간은 대각선으로 뒤엉킨 남녀의 구도를 훨씬 안정적으로 보이게 해준다.

특히 뒷모습을 그리기 좋아했던 우타마로이기도 했지만, 사실 잘 빗어 올린 머리 모습 때문에 더욱 강조되는 매끄럽고 요염한 하얀 목덜미는 옷 속에 숨겨진 여인의 향기로운 살을 상상하게 한다. 기모노의 깃 안쪽으로 설핏 드러난 목덜미를 보며 남자들은 특별히 여인의 숨겨진 도톰한 치구를 상상했기에 몸도 마음도 후끈 달아 올랐다. 이런 뒷모습과 특별히 여인의 목덜미에 대한 페티시즘은 일본 미인화의 특징이기도 하다. 여인의 살짝 드러난 뒷덜미에 코를 살짝 갖다대면 옷으로 감춰진 여인의 성숙한 몸에서 풍겨나오는 그녀의 달큰하고 향기로운 살냄새를 맡을 수 있을 것이란 농염한 상상도 어렵지 않다. 그림 속 그녀의 목덜미를 움켜 잡은 남자의 손을 보면 여인의 몸을 애무하려는 남자의 달뜬 마음이 엿보인다. 두 남녀의 얼굴은 보이지 않지만, 여인의 부푼 옆머리 밑으로 남자의 날카로운 눈초리가 보인다. 남자는 무엇을 염탐하는 듯한 눈의 표정을 하고 있다. 그리고 어울리지 않는 장소에 부채가 펴져 있다. 분명히 남자가 부채를 들고 있어야 할 것이지만, 이 부채는 사실 이 두 남녀의 섹스진행상황이나 분위기를 알려주는 고마에(駒繪)가 적혀 있는 단초이다. 부채 위 적혀 있는 고마에는 이 무렵 문인인 이시카와 마사모치(石川雅望)의 시이다.

“蛤....................., 전(도요새 전).........”

‘가을날은 저무는데, 도요새는 부리를 대합에 붙들려 날지 못하네.’

부채 위의 시는 교카(狂歌, 일본 고유의 정형시인 와카의 일종)로 이 시로 미루어 이 남자는 마음은 바쁜데, 여자에게 붙들려 이도저도 못하고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그것이 집에 갈 시간이 바쁘다는 것인지, 아니면 삽입 및 사정까지의 섹스의 목표로 가기에 바쁘다는 것인지는 단정하기 어렵지만, 그림으로 미루어 보면 아마도 후자가 아닌가 싶다. 왜냐하면 여자와 남자의 몸의 구도로 보면 삽입하기에는 남자의 하체와 여인의 그곳이 멀고(?) 기껏해야(!) 남자는 부채의 손잡이 쯤에서 여자의 음부를 애무하는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여자는 어떡해야 남자의 애간장을 닳게 하는지의 요령을 잘 알고 있는 ‘찻집의 여인’이다. 그럼에도 남자는 여인의 열렬한 키스에 붙잡혀서 언제쯤이나 여인의 몸 속으로 들어가게 될지 곁눈질이 열심이다.

남자의 섹스는 이렇다. 성학에서도 삽입의 시기는 여자가 정하는 게 알맞춤한 순간이다. 여자가 허락해야만 비로소 진입이 가능하고 그제야 하나가 될 수 있는 섹스의 여정에서 남자의 눈치보기는 현재도 Be Continued.....!

References

1.

Katsushika Hokusai. The Dream of the Fisherman’s Wife. https://www.musee-orsay.fr/en/accueil.html

2.

Kitagawa Utamaro. Lovers in an Upstairs Room. https://www.britishmuseum.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