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사이버 섹스

김원회 1 , *
Won Whe Kim 1 , *
Author Information & Copyright
1부산대학교 명예교수
1Professor Emeritus, Department of Obstetrics and Gynecology, Pusan National University School of Medicine, Busan, Korea
*Corresponding Author : Won Whe Kim. Department of Obstetrics and Gynecology, Pusan National University School of Medicine, Busan 49241, Korea. E-mail: wwkim@pusan.ac.kr

© Copyright 2019 Korean Association for Sexology. This is an Open-Access article distributed under the terms of the Creative Commons Attribution Non-Commercial License (http://creativecommons.org/licenses/by-nc/4.0/) which permits unrestricted non-commercial use, distribution, and reproduction in any medium, provided the original work is properly cited.

Received: Sep 10, 2018; Accepted: Sep 20, 2018

Published Online: Jun 30, 2019

ABSTRACT

Improvement of technology makes virtual space where people can experience various activities. Moreover, sex in the virtual space is also possible. Cyber sex in the virtual space has both of the strength and weakness and inappropriate cybersex can result in many adverse events. Therefore, it is necessary to consider the influence of cybersex on the present and future society, seriously.

Keywords: Sex; Internet; Virtual reality

서론

로버트 스턴버그는 1987년 사랑의 중요한 속성으로 친밀감, 정열 그리고 이성을 들었다. 그리고 그 후 여기에 신뢰와 인간적 교류를 가미한다. 사랑은 이렇게 둘 이상의 감정이 합쳐서 이루어지는 감동이고, 섹스는 생물학적 감정이나 표현이기 때문에 같다고 할 수는 없지만 궁극적인 목표나 상황에서 중복되는 경우가 많아 편의상 같이 성(sexuality)으로 이름하여 다루어 본다.

인간은 성을 통해 긴장을 해소하고 마음의 위로를 얻으며 나아가 친밀감을 느끼고 정신적인 보상을 얻을 뿐 아니라 자신의 가치를 발견한다. 실로 인간이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중요한 도구라고 아니할 수 없다.

그런데 20세기 후반 뇌과학이 조금씩 베일을 벗으면서 인간의 성적 즐거움은 결국 뇌의 ‘쾌감중추(pleasure center)’가 받아들이는 감각에 의존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는 우리가 어떤 형태로든 오르가슴을 성취해야 하는 듯한 잘못된 논리에 강박적으로 빠져들기 시작했다. ‘오르가슴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우리 인간이 추구하는 근본적인 성의 목표와는 너무나 거리가 있는 것이었다.

인간은 몽정을 하면서도 거의 완벽한 수준의 오르가슴을 얻는다. 그러나 이때 얻어지는 쾌감에 어떤 의미가 있겠는가? 친밀감도, 정열도 아무 보상도 느끼지 못하는 허탈한 긴장의 이완이 우리에게 무엇을 가져다주는가? 특정한 이성을 통해 나에게는 없는 갈등해소의 방법을 얻는 것 같은 효과를 기대나 해보겠는가?

본론

사이버섹스는 한마디로 컴퓨터 테크놀로지에 의존하여 성적 흥분이나 만족을 얻으려는 방식이다. 성은 우리의 인격과도 같은 것인데 우려되는 바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적절한 사용자’라 하여 이를 건전하게 통신이나 만남의 도구로만 쓰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 이를 부적절하게 사용하여 외설적 문자(sexting)를 보내거나 영상을 통하여 개인적 비밀을 노출시키는 등 범죄에 속하는 행동을 하기도 하며, 정상적인 관계에서는 이룰 수 없는 대상을 구하는 등 부정적 요소가 한 둘이 아니다.

가상현실(virtual reality, VR)을 통한 성적 상황도 물론 사이버섹스라 할 수 있다. 컴퓨터 등을 사용한 인공적인 기술을 통해 실제와 유사한 감각의 특정 환경을 제공받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분야는 앞으로 많은 발전이 있을 것으로 본다. 현재로서는 그 유해성을 잘 모르지만, 인간이 여기에 강박적으로 반응하거나 중독이 될 수 있을 것이므로 이 또한 주의를 요한다고 아니할 수 없다 (1,2).

성은 아름다운 ‘사랑의 유희’로 우리의 원시적 욕구이다. 보고, 만지고, 느끼고, 맛보고, 냄새를 맡는 등 오감을 통하여 얻을 때 비로소 제대로 성취가 되는 것인데, 사이버섹스의 경우는 보고 듣는 것 이상을 기대하기 어렵다. 최근에 삼감(三感)이라 이름하면서 촉각에 대한 기술을 가미하여 소위 ‘헵틱(heptic)’이라는 용어를 만들기까지 했는데 겨우 원격으로 상대방의 여성용 자위기구(vibrator)를 제어하는 것이라고 한다. 나는 사이버섹스가 궁극적으로는 인간에게 실망을 안겨 줄 것으로 믿는다. 우리가 역사 속에서 보아 온 그 숱한 성보조물들이 세월이 흐르면서 또는 과학이 발달하면서 박물관 유물로만 남게 된 것을 보아왔다. 사이버섹스 도구들 또한 언젠가는 그렇게 될 것이라는 의미이다.

인도네시아에 동인도회사를 차리고 세계무역을 주름잡던 네덜란드 사람들은 오랫동안 배를 타고 항해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였는지 일찍이 남자들의 성욕을 해소시킬 수 있는 여러 가지 물건들을 만들어 사용해 왔는데, 그중의 하나가 고무 튜브 같은 것에 바람이나 물을 넣어 사람의 모양과 크기로 만들어 끌어안고 자던 ‘더치 돌(Dutch doll)’이다. 그런데 재료학의 발달에 힘입어 마치 실제 사람의 피부와 같은 촉감을 느낄 수 있는 라텍스 소재 실물대의 인형인 ‘리얼 돌'까지 나왔지만 몇몇 편집광의 수집품에 그치고 있다.

사이버섹스 또한 한때의 유행처럼 지나가겠지만 현재 우리들에게는 적지 않은 문제점들을 안겨주고 있어 결코 간과할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회나 국가가 문제해결을 위한 노력을 아끼지 말았으면 한다.

꼭 성 문제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지만 현대인들은 지나칠 정도로 스마트폰이나 PC에 몰입해 살고 있어 집에서나 학교, 직장에서 가족이나 친지 동료들과의 인간적인 교류를 소홀히 하는 것 같아 걱정이다. 초등학생들마저 저마다 스마트폰 들여다보기에 정신이 없다. 어깨동무하고 살을 맞대며 재잘거리며 웃고 지나가는 아이들 보기가 정말 어려워졌다.

사춘기에 들어서면서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사회나 국가는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적절한 성교육을 시킬 의무가 있는데, 우리나라는 어찌된 셈인지 성희롱 성폭력 예방에만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그 많은 성교육자들이 정작 건강한 성을 가르칠 기회는 없고 성범죄 예방이나 고발 교육이나 하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그렇게 하여 그동안 성범죄가 얼마나 줄어들었는지 모르지만 이런 식의 교육으로 인해 인간관계에 끼친 해독은 엄청날 것이다. 쥐 잡으려다 독을 깨버린 것이나 아닌지 모르겠다. 고발이나 처벌만으로 절대 해결되지 않을 문제이다. 현명한 자라면 역사에서 배웠어야 했다. 성의 올바른 의미와 가치를 가르쳐 ‘성은 아름다우면서 엄숙한 것’이라는 사실을 뇌리에 심어주면 훨씬 더 나은 효과를 얻을 것을 왜 간과했는지 답답하다. 성이 아름답고 자연스러우며 존중해야 할 대상으로 가르쳤어야 했는데, 죄의식이 뒤따르도록 두렵고 신비한 대상으로 인식하게 하여 불필요한 과잉반응까지 일으키도록 가르쳤으니 아! 이를 어쩌나? 나그네의 외투를 벗기는 것은 강한 바람이 아니라 따스한 햇볕임을 일찍부터 배우지 않았던가? 팔목을 자르고 돌로 쳐 죽여도 도둑질은 없어지지 않는다. 더구나 성은 인간에게 먹는 것 다음으로의 강한 본능임에랴?

장담하건대 컴퓨터에 의존하여 성적 흥분을 얻으려는 사람들은 점점 더 늘어날 것이다. 이러다가 중독 상태가 되면 약물중독에 비견할 엄청난 불편을 겪게 된다. 죄책감, 수치심과 함께 인격이 파괴되기 때문이다 (3). 이들은 애정표현이나 친밀감 형성 등에 어려움이 생기고 정상적인 성생활에서 만족을 얻기 힘들어 자연히 이를 기피하기 시작하게까지 된다. 대부분의 섹스리스는 성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 왜곡된 성에 몰입해 있는 사람들이다. 사이버섹스는 현대판 ‘시앗’이라고도 할 수 있다. 사이버 섹스 대상을 간통으로 소송을 제기한다는 얘기가 어쩌면 나올 수도 있다.

결론

이제 결혼율, 출산율은 말할 것도 없고 남녀교제율 또한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다. 아니 결혼제도 자체가 심각하게 위협받을지 모르며, 잘못하면 난교와 같은 의외의 부작용이 나타날지도 모른다. 섹스리스는 계속 늘어날 것이며, 기상천외의 사이버섹스 방식들이 난무할 것이다. 남은 소마저 잃지 않도록 늦었지만 다시 외양간을 돌아보아야 할 때이다.

References

1.

Weinstein AM, Zolek R, Babkin A, Cohen K, Lejoyeux M. Factors predicting cybersex use and difficulties in forming intimate relationships among male and female users of cybersex. Front Psychiatry 2015;6:54.

2.

Ballester-Arnal R, Castro-Calvo J, Gil-Llario MD, Giménez-García C. Relationship status as an influence on cybersex activity: cybersex, youth, and steady partner. J Sex Marital Ther 2014;40:444-56.

3.

Starcevic V, Aboujaoude E. Cyberchondria, cyberbullying, cybersuicide, cybersex: "new" psychopathologies for the 21st century? World Psychiatry 2015;14:97-100.